고1 글 평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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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필력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장을 독특하게 써야 필력이 좋다. 문장을 예쁘게 써야 필력이 좋다.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해내지 못한 형용사나 묘사를 곁들이면 필력이 좋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러하지 않습니다. 만약 한 권의 책, 하나의 글 안에 있는 모든 문장이 그렇게 적힌다면―읽기가 괴로울 겁니다. 왜냐하면 '익숙하지 않거든요'. 익숙하지 않은 문장이라서 오히려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 글을 읽지 않게 되지요.

질문자님의 글이 그렇습니다. 필력테스트라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무언가를 써내려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건지―문장 하나하나에 힘이 너무 강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문장을 왜 적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문장을 적는 건, 그 문장으로 전하고 싶은 내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문장은 그 내용을 잘 전달하기만 하면 끝입니다. '찐득한 손이 내 어깨를 감싸는 느낌에 오소소한 잔가시들이 박힌다'. 이 문장이 말하려는 건 어떤 느낌이 나를 소름끼치게 했다는 겁니다. 그것만 잘 전달하면 됩니다. '찐득한 손은 왜 찐득한가' '오소소한 잔가시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에 박혔는가' 이런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는 문장은 머릿속에 잘 박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문장을 설명하기 위해 다른 문장을 또 써야 하고, 그러면 쓸데없는 문장이 자꾸 늘어납니다. 그럼 또 글을 읽기 지루해지고 피로해지죠.

글쓰는 연습을 하시려면 하나의 완결된 짧은 이야기를 만들든가, 아니면 하나의 소재나 모티브에 대한 묘사를 길게 적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지금 이 글은 실력이나 필력을 판단하는 데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그냥 글을 이렇게 쓰는 사람이구나―하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전체적으로 문장을 읽어봐도 창의력이 깃든 문장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좀 더 번뜩이는, 질문자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와 문장을 보고 싶습니다. 직접 겪지 않아 상상으로 적는 문장은 읽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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